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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땅이름큰사전』(1991, 한글학회)에 【산】 으로 표시되어 있으며, 외따로 솟아있는 산, 들 가운데 있는 낮고 작은 산, 들에 있는 둥그렇고 작은산, 솥모양의 산, 구슬모양의 산 등으로 설명하고 있는 동산의 다른 표기들을 찾아 본 결과이다.(수치는 약간의 오류가 있을 수 있지만 상황을 파악하는 데는 문제가 되지 않게 성심껏 센 숫자임, 마을이나 고분은 제외함)
2009년 3월, 전주 인근 답사를 하는 중에 지형학자 강○○박사는 차장 밖을 가리키며 ‘똥매’라고 한다. 똥 싸놓은 것처럼 들판에 외로이 솟아 있어 ‘똥매’라고 부르며 지금은 ‘동산’으로 많이 부른다고 설명한다. 지형도의 등고선을 보니 그럴싸한 이야기다. 그 후 세월이 지나 2024년 4월, 문화역사지리학자 최○○박사와 함께 전남 장성을 답사할 때 해동지도(1724)를 살표보니 객사(客舍) 뒤로 홀로 있는 산이 있고 그 너머에 화산(花山)이 그려져 있다. 1872년 지방지도(장성부지도)에 아사(衙舍)와 객사(客舍) 뒤로 동산(東山)이라고 써있는 것을 확인하고 ‘똥매’가 떠올랐다.



문화역사지리학자 이기봉박사의 책 『조선의 도시, 권위와 상징의 공간』(2008)이 책꽂이에 보인다. 책을 펴보니 ‘고지도·지리지와 함께 떠나는 장성의 읍치 여행’ 이란 글에 ‘동산’을 설명하고 있다. 연필로 밑줄이 그어져 있다. 언제 읽은 걸까?
『우리말 지명의 재밌는 역사 이야기』(이기봉, 2025)의 ‘똥매와 동산’이란 글의 일부이다. ‘동산’은 마을 부근에 있는 작은 산이나 언덕으로 나온다. 동산의 우리말 이름은 ‘똥뫼’였다. ‘똥뫼’를 한자 동녘 동(東)자의 소리와 뫼 산(山) 자의 뜻을 빌려 표기한 것이다. 산이 저만치 멀리 있는 들판 가운데에 똥을 싸놓은 것 같이 작은 산이 있을 때 그 산을 똥뫼라고 불렀다. 높이가 50m쯤 되는 작은 산이고, 바로 동북쪽 화산(花山)과의 사이에는 작은 하천이 있어서 두 산이 산줄기로 연결되지 않는다. 똥뫼를 똥미 또는 똥매라고 하는 경우도 있고, 한자로는 보통 東山(동산)이라 쓰지만 獨山(독산) 등 다른 한자로 표기한 경우도 있다.
『우리 고을 명당이라오』(이기봉, 2023)에는 화산에 대한 풀이를 하고 있다. 화산(花山)의 우리말 이름은 곶매 또는 꽃매이다. 매는 산의 우리말 ‘뫼’가 발음하기 쉽게 변한 것이고 곶이나 꽃은 우리말 ‘고지’ 또는 ‘구지’를 붙여서 발음한 것이다. 한자의 소리를 따서 표기한 것이 ‘곶(串)’이다. 반도를 가리킨다. 육지에서도 벌판으로 길게 뻗어 나간 산줄기가 있을 경우 ‘고지’ 또는 ‘구지’를 붙였다. 곶매 또는 꽃매란 이름도 벌판으로 길게 뻗어나간 산줄기 끝의 산이기 때문에 붙인 것이다.
인연이 있는 가까운 곳에서 똥매(똥뫼)를 찾았다. 할아버지 고향은 정읍 입암면 반월마을이다. 할머니 고향은 고창 심원면 월산마을이다. 반월마을은 내륙에 월산마을은 해안에 위치하지만 두 마을의 공통점은 모두 반달을 닮은 형국이다. 우연이었을까? 월산마을은 밀양손씨 집성촌이다. 최초의 자염생산지(검당마을)와 최초의 여류 판소리 명창 진채선(사등마을)을 검색하다 부근에 있는 월산마을에 큰똥매, 작은똥매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국지명유래집』 전라·제주편(2010)에 '심원'이라는 지명은 지역 내 산줄기의 흐름이 마치 '마음 심(心)'자 그리고 '으뜸 원(元)'자와 비슷하게 생겼다고 해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심(心)'자의 제일 첫 번째 점은 하전리의 양산동 골짜기에서 맥이 내려오다 고인돌 군이 형성된 비석바위 등이고, 중심점은 여양 진씨(驪陽陳氏) 선산인 큰똥뫼이며, 맨 오른쪽 점은 밀양 손씨(密陽孫氏) 효열각이 있는 작은 똥뫼, 그리고 구부러진 획은 월산 마을의 뒷산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한다. 라고 쓰여 있다.
월산마을 왼쪽길로 들어서면 수령이 300년이 넘는 높이 약15m의 느티나무가 모정 옆에 있다. 좀 더 안쪽에 밀양손씨의 사당인 경모사와 효열각이 보인다. 어디가 큰똥뫼인지 작은똥뫼인지 모르겠다. 효열각과 경모사가 있는 마을 뒷산이 큰똥뫼, 느티나무와 모정이 있는 산이 작은똥뫼로 짐작될 뿐이다. 궁금함을 참을 수 없어 할머니 친조카님께 전화로 물어보니 어렸을 때 '큰똥매', '작은똥매'라 했다고 확인해주셨다. 효열각이 낡아 경모사 옆쪽으로 새로 지어 옮겼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작은똥뫼가 효열각이 있었던 산인지? 길건너에 있는 산인지?는 가물가물?... 하지만 큰똥매는 월산마을 뒷산이라 말씀하셨다.


동산과 똥매의 이야기를 하다보니 지형도에 여기저기 동산(똥매)이 보인다. “서면 백산이요, 앉으면 죽산이라” 1894년 동학농민혁명 당시 백산에서 열린 대규모 민중 집회를 상징하는 표현이다. 흰 옷 입은 동학혁명군(농민)들이 일어서면 하얀 산(백산)처럼 보이고, 앉아서 죽창을 세우면 대나무 산(죽산)처럼 보였다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자료나 직접 주민들의 확인을 거치지는 않았지만 지형도상으로 본 백산과 죽산은 광활한 평야에 우뚝 솟은 영락없는 ‘똥매’다.

- 심원면 월산리 주변 볼거리: 진채선 생가(사등마을), 검단소금전시관(검당마을, 운영여부?), 만돌리 쉐니어 지형
- 먹을거리: 풍천장어
- 즐길거리: 하전리 갯벌체험, 서해랑길 걷기
- 볼거리: 최초의 여성 판소리 명창 진채선의 삶을 소재로 다룬 영화 ‘도리화가’(2015)
- 읽을거리: 하전리 일대 제4기 후기 해안단구 발달(한국지형학회지 제29권 4호,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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