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 아산면 운곡리
운곡습지는 낮은 구릉지의 골짜기 밑바닥인 오베이골에 형성된 습지이다. 오베이골은 오방골의 전라도 사투리다. 오방은 다섯 방위를 뜻한다. 사실재, 행정재(송암), 직업재(매산), 굴치재(용계), 백운재(운곡) 등 다섯 갈래 길로 나뉘는 데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고창고인돌공원에서 매산재를 넘어가면 오베이골이다. 과거에 운곡리(운곡람사르습지공원)에서 닥나무를 재배해 만든 한지를 지고 고창읍내에 내다 팔기 위해 오베이골을 지나 매산재를 넘었다고 한다. 오베이골은 북서 방향과 북동 방향의 단층과 절리가 교차하면서 만들어진 골짜기로 습지가 발달할 수 있는 독특한 지형조건을 갖추고 있어 연중 토양수분이 안정되어 있다 .물이 풍부하고 오염원도 없는 이 골짜기는 아침과 저녁이면 안개가 자욱하게 내려 앉아 운곡이란 이름을 얻었다.
오베이골은 과거 계단식 논이었다. 1981년에 한빛원자력발전소(전 영광원자력발전소)의 냉각수로 쓰기 위한 저수용 댐이 건설되면서(1983년 완공) 운곡리와 용계리 158세대가 고향을 떠났고, 냉각수의 수질관리를 위해 오베이골을 포함한 운곡저수지 주변에 철조망이 설치되면서, 사람들의 접근이 제한되었다.
오베이골은 경작하지 않고 내버려짐으로써 인간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연적 천이과정을 거쳐 스스로 습지 생태계로 복원되었다. 사람 발길이 끊기고 30여 년이 지나 나무, 풀, 곤충, 새, 짐승이 오베이골의 주인이 되어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을 지우고 생태계가 살아났다.
2011년 3월 14일에 환경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으며, 4월 7일 우리나라에서 16번째로 람사르습지에 등록되었다. 등록면적은 1.797㎢이다. 2013년 5월 28일에는 고창군 전체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운곡습지에서는 멸종위기야생동물 I급인 황새, II급인 새호리기와 팔색조가 관찰된다. 식물구계학적 특정식물종으로는 땅귀개 · 통발 등 V등급종 2분류군, 당키버들 · 광릉골무꽃 · 갯보리사초 · 각시족도리풀 · 큰여우콩 등 III등급종 5분류군, 옥녀꽃대 · 홍지네고사리 · 자란초 등 I등급 13분류군이 확인되었다.
양서 · 파충류로는 멸종위기야생동물 II급 구렁이가 관찰되며, 도룡뇽과 도마뱀이 주로 확인된다. 2010년에 비해 2013년의 생물상은 327종이 증가하였고, 멸종위기야생생물은 3종이 증가하여 습지보호지역 지정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곳이다.
탐방은 어떻게?
고창고인돌공원에서 출발하여 고창고인돌유적지를 지나 매산재를 넘어 운곡습지를 갈 수 있다. 습지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둥을 세우고 설치한 탐방로, 숲속으로 난 좁은 길, 걸으며 숲 속을 자세히 살피면 아직 남아 있는 시멘트 벽돌담이 보인다. 오베이골 생태연못에는 어리연꽃, 수련, 노랑 꽃창포 등 갖가지 식물들이 자란다. 쑥부쟁이와 억새밭 자생지이다. 물잔디, 네가리, 검정말, 왕버들나무 등 습지식물의 생소한 모습이 신기하다. 새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녹음할라 치면 조용해진다. 보고 듣고하다보면 운곡저수지가 나타난다. 그리고 생태공원에서 동양최대고인돌을 만난다. 상석의 높이가 5m, 가로길이가 7m에 이르며 덮개돌의 무게만 약 300톤으로 추정되어 ‘300톤 고인돌’이라고도 불린다. 운곡서원을 지나 용계리 탐방안내소까지 걸어도 좋은데, 힘들거나 시간이 부족하면 돌아온다.
용계리의 운곡람사르습지 탐방안내소에서 운곡리 운곡서원(운곡람사르습지 자연생태공원)까지 저수지와 습지 탐방 열차가 다닌다. 왕복 10킬로미터가 채 되지 않으니 운곡저수지와 습지를 살피며 걷기도 좋다.
고인돌 박물관
아산면 일대 약 1,700제곱미터 안에 447기의 고인돌이 모여 있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동양 최대의 고인돌 군락지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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